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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30년 ,롯데 부산의거인 그들을 만난다 <롯데 첫에이스 노상수>
 제목 :  프로야구 30년 ,롯데 부산의거인 그들을 만난다 <롯데 첫에이스 노상수>
작성자 : 김영봉(57) / 2011-04-06

지난 1982년 3월 28일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역사적인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렸다. 상대는 해태 타이거즈. 롯데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원년 에이스' 노상수 씨였다. 그의 공은 힘이 넘쳤다. 6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졌다. 경기결과는 롯데의 14-2 승. 롯데 투수 중 프로야구 첫 승이었다.

노 씨는 당대 최고 사이드암 투수였다. "당시에는 제 사이드암 폼이 인기가 있었어요. 야구할 때 사이드로 던지면 '노상수 흉내 낸다'고 그랬으니까요."


원년 14승에 탈삼진왕 최고 인기
현재 인제대서 '야구' 강의 열정



프로야구 유일의 밀양 출신 선수인 그는 원래는 정통파 오버핸드 투수였다고 한다. 부산상고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다가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기 위해 가끔씩 사이드로 던졌다. 대표팀에서 김성근 감독을 만났을 때 "하나만 하라"고 야단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타자가 당황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던 그는 변칙적인 투구를 고집했다. 고려대에 진학하면서 아예 투구 폼을 바꿨다. 당시 잦은 등판 때문에 팔을 높이 올리는 것조차 힘들어 체력 안배를 위해 투구폼을 바꾼 것이다.

야구 팬들은 잘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노상수' 하면 삼진이다. 그는 프로야구 원년 탈삼진 왕이기도 하다. 첫 해 141개의 탈삼진을 잡았다. "당시에는 왼손타자가 귀해서 사이드암 투수들이 유리한 점이 많았어요. 싱커를 몸쪽으로 던지면 삼진을 잡기가 쉬웠죠."

그는 첫 해 14승을 따내 팀 내에서 다승 1위, 프로야구 전체로 5위를 차지했다. 1982년 롯데가 1년 동안 기록한 승수는 31승. 노 씨의 승수는 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또 그는 232와 3분의 1이닝을 던져 팀 전체 투구 이닝의 3분의 1을 혼자 책임졌다. 요즘 같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으니까….

'원년 에이스'로 이름을 날린 노 씨지만 최동원이 오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변했다.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더 던지고 싶었는 데 자꾸 최동원으로 바꾸는 거예요. 감독이. 그땐 참 서운했지."

당시에는 투수진 분업화가 안 돼 있었다. 이길 수 있는 경기에는 에이스를 쉬지 않고 투입했다. 그러다 보니 노 씨는 잘 던지다가도 교체당하곤 했다. "그래도 최동원은 참 잘 던졌죠."

군대를 다녀온 뒤 1986년 복귀한 노 씨의 구위는 현격하게 떨어졌다. 당시에도 상무는 있었지만 아마 선수들만 갈 수 있었다. 노 씨는 프로선수라 상무에 입단해 운동을 할 수 없었다.

반면 프로야구는 수준이 높아져 있었다. "처음에 프로야구는 프로라기보다 아마 선수 중 야구 좀 하는 선수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했어요. 군에 다녀왔더니 많은 선수들이 미국,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고급야구를 많이 배워 수준이 높아졌더군요."

노 씨는 다른 길을 꾀했다. 바로 플레잉코치 역할을 자임한 것. 제대 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팀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며 선수생활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다 1991년 은퇴했다.

지금도 노 씨는 여전히 야구 전파에 힘을 쏟고 있다. 인제대에서 지난해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과목 이름도 확실하다. '야구.' 수업에는 여학생들도 많다. 캐치볼에서부터 공 던지는 법, 야구룰, 타격 등을 한 학기 동안 가르친다. "여전히 학생들 앞에서 말하는 건 힘들어요. 얼른 이론수업 끝내고 운동장에 가야 살 것 같죠."

그를 아는 학생은 이젠 없다. 그가 프로에 뛰어들 때보다 10년이나 뒤에 태어난 학생들이 그를 알 리가 없다. 그래도 그는 즐겁다. 수업 목표도 소박하다. 캐치볼까지 마치고 학생들이 경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규칙과 방법을 알고 경기를 하면 진짜 재밌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3/22일자  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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