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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은 벼락처럼 온다
 제목 :  축복은 벼락처럼 온다
작성자 : 권태원(59) / 2016-04-29


봄꽃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피듯이, 청춘도 모두에게 프르다. 뿌연 먼지 가득한 세상에서는 이 사실이 선명히 보이지 않는다. 꿈도 꽃처럼 져버렸다고 생각한 때 푸른 잎이 돋는다. 아직 설렌다는 감정이 살아있으면 희망이 있다. 봄은 독서의 계절이다. 사시사철 어느 계절이라고 특별히 책을 더 많이 읽지 않는 현재에는 오히려 언제라도 독서에 좋은 계절이다.

책 한 권 들고 공원 벤치에 누워 읽기 좋은 시절이 다가오고 있다. 아무것도 의심할 것도 없는 화창한 4월의 어느 날 오후. 마음껏 슬퍼해요, 우리. 괴로워하는 자의 마음을 만족케 하고 싶다.

별난 사람, 별난 인생들이여.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작지만 울림이 큰 시집을 출간하고 싶다. 돈이나 출세와 무관한 인물들이 아직도 내 곁에 있다. 내가 평생 처음 본 꽃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나무는 보이지 않고 온통 꽃무더기뿐이었다.

수명이 다한 늙은 나무가 어떻게 그토록 많은 꽃을 피웠는지 아연히 바라보다가 나는 끝끝내 울컥하고 말았다. 아, 내가 잘못했구나. 잘못 살아왔구나. 지금, 여기 나는 경제적으로 사역적으로 영적으로 인생의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돈을 모아두면 과연 똥이 되는 것일까. 한국인 10명 가운데 3명꼴로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마음의 병'을 얻는다. 그만큼 정신장애는 흔한 병이다.

그러나 정신과 병원 문턱을 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사는 일이 힘들고 외로울 때는 100일 기도를 해야 하리라. 가만히 있는 자들의 비극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도 모두 당신의 기도 덕택이다. 지금 내가 이토록 가난하고 절망 앞에서 쓰러지고 있는 모든 이유는 사랑하는 당신때문이 아니고 바로 내 탓이다, 내 탓이다.

여기서 도망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여기'에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기도와 봉사에서 시작한다. 축복은 벼락처럼 어느어느 날 갑자기 내 곁으로 온다.


권태원 시인. 사진가 010-2624-8440
ktw7519@hanmail.net
www.mariasarang.net/kwon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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