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영 의원, 부산시서 관계기관 회의
- 지자체 “주도적인 역할 힘들다” 방관
- 직계후손 없어 민간주최 찾기도 어려워
- 시 “부지매입 등 최소 30억… 국비 필수”
국내 항일투쟁의 횃불, 박재혁 의사를 추념하는 사업이 그의 고향 부산에서 좀
체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행정기관들(국제신문 지난 2
월 28일 자 8면 보도)과 더불어 ‘민간이 나서야만 국비를 지원’하는 현행 법률이
박 의사 생가 복원 사업에 발목을 잡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2일 오후 더불어
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국회의원이 부산시에서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박 의사는 1920년 부산경찰서(현 남포동)에 폭탄을 던져 일본인 서장을 폭사
시켰다. 체포된 뒤 옥중 단식을 벌이다 27세에 생을 마감했다. 오는 11일은 그가
순국한 지 97주년 되는 날이지만, 부산에서 추념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부산이
그를 잊고 생가터마저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해부터 시 차원의 생가
복원이 추진됐다. 그러나 최근 시는 “역사 고증 등 다양하게 사업을 검토했으
나, 현행법상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2004년 7월 수립된 ‘국고보조금 정비방안’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때문이
다. 박 의사 생가 복원 같은 현충시설 건립과 개보수 사업이 2004년 전까지 국가
예산이 투입돼 추진됐지만, 법 시행 뒤부터는 ‘지방 이양 사무’가 돼 국가 보조
금 지원을 못 받게 됐다.
예외는 있다. 기념사업회 등 민간이 현충시설 건립 지원을 위한 ‘계획서’를 국
가보훈처에 제출하면, 심사한 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지원액은 부지 매입비
를 뺀 총 사업비의 30% 수준이다.
시는 예산이 부족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한다. 민간 소유인 박 의사 생가터
를 매입하고, 기념관 설립 등에 나서면 최소 3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시
추창식 복지서비스팀장은 “한해 시의 보훈사업 예산이 150억 원 정도고, 이 중
100억 원을 보훈·참전 수당으로 지급한다. 현재 예산 사정으로는 단독 사업 추
진은 무리고, 국가 지원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당장 민간이 나설 수도 없다. 주
최자가 없다. 박 의사는 젊은 나이에 옥사해 직계 후손이 없다. 이 때문에 그의
추념 사업을 위해 전면에 나서줄 민간기념사업회가 꾸려지지 않았다. 그가 졸
업한 개성고(옛 부산상고) 동문회 차원에서 나서면, 특정 학교에 치우친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결국 부산시와 동구의 의지 부족이 사업 추
진을 더디게 한다. 역사학계는 나석주·윤봉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로 평
가하는데, 행정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뒷짐만 진다”고 지적했다. 시는 지난해
생가 복원 등에 문화관광국이 나서기로 했다가, 돌연 지난 3월 업무 추진 조직
이 사회복지국으로 바뀌었다. 이날 부산시에서 열린 회의에서 김해영 의원은
“박 의사는 전 국민이 추모해야 하는 위인”이라며 “관련 현충시설 건립 등이 다
시 국가사무로 될 수 있는지 등 법령 개정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김화영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