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부산 중구 동광동2가 10-5. 용두산 공원을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 7층
규모의 건물(368.2㎡)이 자리하고 있었다. 1층부터 4층까지는 음식점과 유흥주
점이 입점했고 5층부터는 주택이다. 주변에 노래방과 모텔이 많아 밤이면 관광
객들이 자주 찾는 장소다.
이곳이 바로 1920년 9월 14일 박 의사가 일본인 경찰서장이던 하시모토를
살해하기 위해 폭탄을 던진 부산경찰서가 있던 자리다. 부산경찰서는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붙잡아 갖은 고문을 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부산경찰서는
일제가 패망한 이후 현 부산중부경찰서 자리로 이전하면서 그동안 정확한 위
치가 알려지지 않았다.
위치 확인은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의 도움이 컸다. 10여년 전부터
근대사진을 수집하고 있는 김 소장은 여러 사진 가운데 옛 부산경찰서와 부산
부청(부산시청)의 모습이 나란히 찍힌 사진을 확보했다. 김 소장은 “부산경찰서와
부산부청은 근대사에서 상징적 의미가 큰 장소다. 그런 곳이 모텔과 술집으로
바뀐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동광동 토박이들도 옛 부산경찰서가 이곳에 있었던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옛 부산경찰서 자리 건물에서 6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이미정(여·52) 씨는
“가끔 나이 든 손님들이 ‘이 근처가 부산경찰서 자리였다’고는 했지만 정확한
위치는 오늘 알았다”고 말했다.
광복회 부산지부는 옛 부산경찰서의 위치가 확인된 만큼 박 의사 비석 설치작
업에 나섰다. 이른 시일 내 부산시를 비롯한 유관기관 담당자들을 만나 비석 설치
청사진을 논의할 계획이다. 광복회 조양제 사무국장은 “정부와 부산시의 무관심
속에 항일운동의 흔적들이 잊혀져 가고 있다”며 “박 의사의 약력과 거사 내용을
담은 기념물은 물론 문화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비석 설치와 관련한 행정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